4월 10일,‘작은 예수님’ 두봉 주교님께서 선종하셨다. 초대 안동교구장을 역임한 주교님은 프랑스 외방선교회 소속으로 6.25 한국전쟁 종전 직후인 1954년 12월 한국으로 파견되셨다.
본명 르네 마리 알베르 뒤퐁(René Marie Albert Dupont), 르네 뒤퐁 주교님은 부르기 어려워할 시골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한국식 이름으로 두견새 두(杜) 산봉우리 봉(峰), ‘산봉우리에서 노래하는 새’, 두봉으로 정하셨단다. '뒤퐁(Dupont)'은 '다리 옆에'라는 뜻이라니 프랑스어 의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나라 만세!”
2019년 12월, 그토록 염원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신 주교님의 일성이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신 주교님은 71년 사제생활 전부를 ‘기쁘고 떳떳하게’ 한국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바치셨다. 그러기에 지켜본 모든 이들이 존경과 애정의 별칭으로 작은 예수님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자는 한없는 연민으로 감쌌지만, 약자를 억압하는 자에게는 단호하셨다. 대표적인 일이 이른바 ‘오원춘 사건’이다. 1979년 정부가 권유한 감자씨를 썼다가 폐농한 오원춘이 투쟁 끝에 보상을 받아내고 다른 피해 농민들에게도 이를 전파하자 경찰과 정보기관이 나서서 그를 납치, 감금하는 사건이 터졌다. 그때 주교님은 석방을 요구하며 당시 서슬푸른 유신정권에 맞서 끝까지 싸우셨다.
원래 우리에게 뒤퐁은 프랑스 S.T. Dupont사의 향수 ‘드봉’ 으로 각인되어 있다. 특히 섬세하고 우아한 플로럴 향, S.T. Dupont Pour Femme은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클래식한 향수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두봉’이란 이름은 낮은 자세와 겸손, 사랑과 헌신의 브랜드로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