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신 마리아~ 축복하소서~ 이제와 영원히~”
성수를 치시는 신부님 뒤를 따르며 우리는 축복식에서 으레 하던 대로 성가 238번 ‘자모신 마리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신부님은 성수채를 들고 일부러 발걸음을 멈추신 채 입을 떼셨다.
“지금 꼭 그 성가 하셔야 해요?”
일순간 정전으로 정지하는 기계처럼 우리는 입 동작을 멈쳐 세웠다. 평소 미소년 같은 신부님의 얼굴이 금속처럼 딱딱해 보였다.
“여기 개신교 자매님들도 오셨잖아요.”
10여 전 그 집 축복식, 주인 자매님은 개신교 친구들도 초청했었다.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그래도 우리 중에 센스있는 자매님이 하나는 있어 즉각 2번 성가 ‘주 하느님 크시도다’로 바꿔치기.
또한 어느 주일 아침 미사 중, 대게 봉헌 성가 하나로도 충분했던 성체 행렬이 그날 좀 길었다. 성가를 마치고도 인터발이 길어지자 어느 교우가 난데없이 한 자락 끄집어내기를,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라~”
분명 귀에 익은 곡조였기에 서로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그냥 주섬주섬 따라 하고 있었다. 그때 제대 설거지(?)로 분주하던 신부님께서 성작을 닦다 말고 비명을 지르셨다.
“그거 개신교 찬송가잖아요!”
“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 암흑에 헤매는~ 한 마리 양을~”
얼른 정신을 챙기고 우리는 다시 ‘주여 임하소서’ 151번 성가를 보속하는 심정으로 3절까지 다 불렀다는….
정원사의 부지런한 손길이 아름다운 정원을 유지하듯, 신부님의 훈계는 주님의 동산에 우리를 이쁘게 가꾸기 위한 가지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