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사랑의길 on 08/11/2025 10:19 PM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더니 대시보드에 경고 등이 떴다. 체크 엔진과 동시에 오일이 샌단다. 밥벌이용 내 미니 밴이다. 엔진 오일 교환을 마치고 막 샵을 나설 때였다. 사장 영감님이 경기를 일으키며 전자도구를 써서 살피더니 오일 프레셔 스위치 문제라고 한다. 이런 경우 하도 낭패를 당한 영감님이라 혹시 내가 진짜라도 붙을까 눈치를 보며 아무래도 딜러 샵에 맡기는 게 좋겠다고 살살 달랬다.

그렇게 딜러 서비스 센터에 예약하고 시작된 일이 도무지 해결 기미가 없었다.

첫 한 주일은 파트가 오면 바로라더니 무슨 일로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나. 그리고 이번엔 파트를 받고 보니 쉽핑 과정에서 손상이 생겨 리오더를 했다네. 그로부터 또 이 주일 경과, 드디어 파트를 교체하고 이것저것 더 손을 봤지만, 컴퓨터 장비로도 잡히지 않는 일렉트릭컬 프러블럼이 발생, 테크니션이 본사 전문가에게 전화 상담을 요청했단다. 거기다 본토와 시차 관계로 소통이 어렵다는 뻔한 하소연까지 하면서.

그동안 나는 무엇보다 차를 팔아먹었던 세일즈 맨을 닦달하며 텍스트와 전화로 하루가 멀다 수리 접수창구 직원을 급박하고 이메일로 서비스 매니저를 호통쳤다. 아차 싶어 가만히 보니 여기서 고객은 갑이 아니라 을이로구나, 급기야 꼬리를 말고 차가 없으면 생계가 막막하다며 읍소하기에 이르렀다. 기약 없이 시간은 가고, 또다시 차를 살 수도 없고 나는 낙담하고 절망하면서 내 차의 메이커 엠블럼 K자만 봐도 분노가 치밀었다. 또한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게 느려터진 미국 아니 이곳 하와이 시스템과 사람에 대해 분통이 터졌다.

그래, 지금껏 들이댈 만한 인간들에게 할 만큼 하지 않았나. 퍼떡, 이제는 모든 걸 만드시고 관장하시는 그분께 호소하자는 생각이 들면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9일 기도’가 떠 올랐다. 먼지 쌓인 책꽂이 한켠에서 손바닥만한 그 기도집을 찾았다.

“이냐시오 씨, 이 기도 기똥차다카이. 지금 힘들잖아, 한번 해보소 마.”

10여 년 전, 이제는 고인이 되신 노 세실리아 할마시가 귀띔해 준 기도였다.

“제 삶의 끈을 어머니의 손에 드리오니 이 매듭을 풀어주소서!”

두 번째 9일 기도가 끝나기 하루 전, 담당자 카키의 텍스트가 날아들었다.

“수리가 완료됐습니다. 차를 찾아가세요.”

복음이 따로 있나, 알렐루야! 쾌재를 부르며 나는 딜러로 달려갔다. 더구나 워런티로 수리비 일체 모두 프리라네. 성모님, 이건 너무 달콤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