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주를 이렇게나 많이?”
데레사가 16년 일했던 S 한식당이 40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하와이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로컬사회에서도 화제였다.
마지막 날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역시 챙기기의 여왕, 데레사답게 식스팩 두 개로 소주를 담아왔다.
“권이 챙겨줬어.”
“엥?”
화교 출신 웨이츄레스 권과 데레사는 주인도 못 말리는 앙숙이었다. 서로 치고받는 복수혈전, 사실 귀가 질리도록 들어왔다.
그랬던 권이 챙겨 줬다니, 세상에‘미치지 않고서야’(데레사가 늘 권 관련 말끝마다 내뱉던 언사) 이런 일이!
“술 창고 정리를 맡은 권이 갑자기 오더니 ‘너 소주 좋아하니?’ 하데. 쳐다보지도 않고 ‘있으면 먹지’ 했더니 이렇게…. ”
그리고 16년 만에 진솔한 말을 주고받았단다.
“그동안 참 많이 부딪혔지, 그지?”
“맞아, 이젠 어디서 마주치든 서로 웃자.”
철천지 앙숙끼리 소주의 이름처럼‘새로’ 시작했다는 낭보가 우리 식구에게는 S 한식당 폐업보다 더 화제다.
@Phto by Esther Choi, 2025 Honolu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