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와 같은 박수로 특강이 끝나고
성전 밖 강사 신부님은
신자들이 둘러 싸 꼼짝 못하셨다.
얼마나 감화가 컸던지
늦은 밤 신자들은 저마다
신부님을 자기 집 또는
특별한 데 따로 모시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목이 있어
어느 누구 하나 선뜻 신부님께
말을 꺼낼 수 없는 노릇,
몇 발짝 뒤 우리 부부도
같은 열망을 감춘 채
마냥 쭈뼛거리고 있을 때였다.
“지금 형제님 댁에 방문해도 될까요?”
너무나 순식간의 사태(?)라
다른 신자들에게 민망할 겨를도 없었다.
그때 우리는 이민한지 겨우 몇 해,
경제적 안정은 커녕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어
신부님을 모신 기쁨은 간데 없고
물 한 잔 겨우 내드리는
형편이 몹시 부끄러웠다.
“어떻게 저희 집으로….”
“영업하는데 고객 마음을 못 훔쳐서야, 하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연약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오늘 맨 처음 나타나셨다.
강물이 아래로 흐르 듯
은총도 낮은 곳으로 흐르나 보다.
“평안하냐?”(마태 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