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요한 6,9)
닥친 난관을
극복할 의지가 없는 이에게
기적은 없다.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요한 6,13)
*'담쟁이' 전문, 도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