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당신의 어머니는
흠있고 흉진 과일과 채소만
일부러 골라 사오는 것을
그때 이해할 수 없었으나
지금 생각하니 적지 않은
희생이셨구나 알게됐다는
한 자매의 신앙체험을 듣고
나는 이것이 일상의 순교다,
감탄해서 무릎을 쳤었다.
그리고 가끔씩 데레사의
심부름으로 마트에 가면
가능한 한 누구나 꺼리는
하자품을 카운터에 올려놨다.
흠칫 놀라는 캐셔를 보며
내가 아님 누가 처리하노,
속으로 우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이 꿈꾸는 일상의
희생을, 순교를 두고 그때마다
눈이 뒤로 달리셨나,
손이 삐뚤어지셨나,
꼭 사단을 내고 말더라.
그렇지, 언제
박해없는 순교가 있었던가.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