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사랑의길 on 05/29/2020 02:29 PM

 

시장에서 당신의 어머니는

흠있고 흉진 과일과 채소만

일부러 골라 사오는 것을

그때 이해할 수 없었으나

지금 생각하니 적지 않은

희생이셨구나 알게됐다는

한 자매의 신앙체험을 듣고

나는 이것이 일상의 순교다,

감탄해서 무릎을 쳤었다.

그리고 가끔씩 데레사의

심부름으로 마트에 가면

가능한 한 누구나 꺼리는

하자품을 카운터에 올려놨다.

흠칫 놀라는 캐셔를 보며

내가 아님 누가 처리하노,

속으로 우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이 꿈꾸는 일상의

희생을, 순교를 두고 그때마다

눈이 뒤로 달리셨나,

손이 삐뚤어지셨나,

꼭 사단을 내고 말더라.

그렇지, 언제

박해없는 순교가 있었던가.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