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 여년 나는 아침미사를 드려왔다.
아침이 좋아서라며 주변에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후딱 해치우고(?)나면
일을 방해받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 탓으로 지난 1월과 2월 사이
한달씩이나 집에서 뒹굴었다.
난데없이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책장을 넘기다 성 비안네 신부님으로 부터
아주 쎄게 꿀밤을 한 대 맞았다.
“나는 주일에 사람들이 마차를 몰며
일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들이 자기 영혼을
지옥으로 운반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요일에 일하면 하루라도 더 일하니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착각입니다.
하느님의 법을 어긴 일을
단 23프랑으로 갚을 수 있습니까?”
나 역시 밥벌이가 운반인지라
여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진심으로 맹서했다.
‘주님, 일만 다시 할 수 있다면
이제는 주일을 지키겠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첫 주일을 맞았다.
내가 언제?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집을 나섰다.
그날 신부님의 강론 말씀,
일요일 개신교 신자가 운영하는 맛집은
‘주일은 쉽니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
천주교 신자의 맛집을
일부러 찾아간 적이 있다며
우리도 쉴 것을 권면하지 않으시는가.
도저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주일,
‘야곱의 우물’에서 물 긷는 날,
내 물동이 주님을 가득 채우는 날.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