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한민국은 IMF사태가 터졌다.
그때 나는 한 중소기업의 인사 책임자였다.
오너는 기다렸다는 듯이 간부회의에서
부서별 20% 인력감축을 들고 나왔다.
이미 12명이 할 일을 10명이 하고 있었건만
이제는 8명이 감당하라는 뜻이었다.
더구나 그 회사는 국가기간산업 납품회사로써
최소 2년에서 5년까지는
생산과 매출이 잡혀 있는 회사였다.
오너는 이때 미운놈 골라내고
직원들을 더 굴려먹을 심산이었다.
뻔히 알면서 나는 그 회의에서 침묵했다.
오늘 맞형 르우벤이 침묵하고 있다.
이복동생 요셉을 죽이자는
다른 동생들을 만류,
아버지께 돌려 보낼 심산이었으면서도
은전 스무 닢에 요셉을 팔아넘기는 일에
침묵으로써 묵인한 것이다(창세 37,19-28).
침묵은 악(惡)이다.
“너희는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마태 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