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사랑의길 on 06/20/2020 12:21 PM

 

스물 언저리 한때 나도 입산

출가해서 수행하는 스님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놈아, 넌 걸렀어. 아무나

목탁치나, 장개 갈 상인데.”

동네 형처럼 쫓아 다니던

스님께서 꿀밤을 주셨을 때

울화앙양하여 반발했지만

지나고 보니 가정과 사회의

질서를 속박으로 착각하고

반항하는 십대의 가출심리와

다를 게 없지 않았나 싶다.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오늘 아들을 잃고 애타게

찾았던 부모님을 만난

소년 예수님의 일성이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부모님을

따라 내려가 순종하며 지냈다.

이제 나에게 진정한 출가란

세례 때 약속한 대로

아버지의 집을 떠나지 않고

매사 순종하는 일임을.

 

“저는 일생토록

주님의 집에 사오리다.”(시편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