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사랑의길 on 06/22/2020 02:15 PM

 

“거기 가가 보믄 안되나?”

먼 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나에게 기도 안차시다는 듯

선친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결국 안경점에서 근시교정

안경을 맞춰 썼는데 당시

한 반에 안경잡이가 손가락

꼽을 정도였으니 아버지의

탄식도 무리는 아니셨다.

그리고 근 반세기 안경이

신체 일부가 되었는데 이제는

안경을 벗어야 책을 읽고

스마트폰을 밀 수 있게 됐다.

원시, 노안이 온 것이다.

돋보기 없이 볼 수 있는 것,

그동안 근시로 고생한 보상,

혜택이랄 수 있지만 툭하면

안경을 훌렁 벗어야 하는

수고로움과 민망함이 있다.

그렇다, 젊어서 근시는 멀리

보고 나아가라는, 원시는

나이 들수록 가까운데를 더

살피고 챙기라는 뜻인 듯.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마태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