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배

사랑의길 on 09/05/2020 12:06 PM

 

유년시절 할머니 따르기를

누구보다 내가 유별났었다.

동네에 풍모가 장대(?)하고

무서운 할마시로 소문났던

분인데 생각하니 청상과부

세파가 오죽하셨으랴 싶다.

생전 고모인 당신의 막둥이

딸조차, 누구도 감히 가까이

하길 꺼렸던 분을 나는 왜?

먼저 벽장 속 군것질거리를

항상 챙기고 드센 누나들을

대신 무찔러 주며 무엇보다

회초리 든 엄마와 아버지로

부터 방패막이 든든한 우군,

언제나 뒷배셨기 때문이다.

“다윗과 일행은 사제만 먹는

제사 빵도 먹지 않았느냐?”

오늘 예수님께서 밀 이삭을

먹는 제자들 뒷배가 되셨다.

허기 든 그들에게 바리사이

몇이 안식일에 할 짓이냐며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예수님은 찾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뒷배이신 것을.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루카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