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초기 제상 맹사성이
이름 높은 선지식에게 속으로
제깟 중놈 주제에 뭘 경멸하며
평생 품고 새길 좌우명 하나를
달라고 거짓으로 간청을 했다.
이미 젊은 벼슬아치의 오만을
간파한 노선사는 아주 조용히
타이르 듯 “제악막작 중선봉행
(諸惡莫作 衆善奉行)하시지요.”
맹사성은 벌컥 절로 화가 났다.
“삼척동자도 아는 ‘온갖 죄짓지
말고 착한 일 많이 하라’니요?
장원급제한 나에게 이 따위를
좌우명이라고 준단 말입니까? ”
흠, 노선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실천에
옮기긴 팔십 노인도 어렵지요.”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루카 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