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님, 순례길은 순조로우시지요?
지금 산과 강, 숲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가고 계시는가요, 아니면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 작은 마을 언덕을 넘어가고 계시는가요? 저 혼자 내외분의 산티아고 순례길 풍경을 즐겁게 상상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 떠나시기 전 본당 일, 본당발전기금 전용과 관련해 형제님과 같이 고민해 보고 싶었지만 분주하실 테니 그러지 못했습니다. 13년 전, 우리는‘본당을 위한 기도’를 바치며 성전건립기금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 언제나 저희와 함께하시는 주님,
일찍이 세례성사로 새로 나게 하시고
낯선 이 땅에 한국 신앙 선조들의
모범을 따르게 하셨으니 감사드립니다.
● 저희는 열절한 기도와 봉헌으로
후손들에게 물려 줄 신앙의 터전을 닦고
당신이 머무시는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자 하나이다.
○ 주님, 간구하오니
봉헌하는 손길마다 땀과 노력이 깃들게 하시고
본당을 위한 저희의 마음과 뜻을 받아주시어
저희가 소망하는 모든 일을 축복하여 주소서.
● 그리하여 저희 모두가 주님 품 안에서
굳건한 믿음으로 하나 되어
세상을 향해 두 팔 벌린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나도록
서로의 가슴에 기쁨과 평화가 샘솟게 하소서.
◎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사랑하올 어머니 성모마리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성 바오로 정하상과 동료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호놀룰루 교구 Capital Campaign 때 우리 공동체는 315,000불을 배정받아 3년 만인 2011년 목표액을 조기 달성해 319,510불을 전달했고 리베이트로 25%인 81,000불을 받아서 그 여세를 계속 이어갔던 것이지요. 그러나 소속 호놀룰루교구 레리 실바 주교님께서는 미국 내 다른 교구들처럼 이민자 본당은 불허하였지만, 경당을 포함하는‘한인가톨릭회관(Korean Catholic Community Center)’건립은 승낙하고 직접 2개의 물건을 추천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때 한광석 마리요셉 주임 신부님은 기금 명칭을 ‘본당발전기금’으로 정하고 1층 사무실과 친교 회합실, 2층 50 ~ 100석 규모의 경당, 3층 사제관을 충족하는 회관건물을 3백만 불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먼저 3분의 1인 1백만 불이 모금되면 신축이든 매입이든 나머지는 은행대출로 충당할 계획을 세우고 모금 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활발하게 물건을 검토하셨습니다. 하지만 2013년 1월 신부님의 이임 후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입니다. 사실 이런 일을 기억하는 이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6년 김영근 주임 신부님의 본당발전기금 모금 중단 선언 후 발표된 2017. 9. 10 현재 기금 총액은 732,079.73불로써 2017년 4월 기준 교구 Saving Account에 716,735.32불, 본당 거래 은행 Bank of Hawaii Checking Account에 15,344.41불이 보관 되어있었습니다. 기금 구성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No |
구분 |
금액(불) |
비율 |
모금(발생)시기 |
비고 |
1 |
성전건립기금 |
220,000.00 |
30% |
1980-1990년 |
|
2 |
교구 케피탈 리베이트 |
81,000.00 |
11% |
2011년 |
|
3 |
발전기금(1만불 이상) |
170,000.00 |
23% |
2011-2016년 |
|
4 |
발전기금(1만불 미만) |
141,079.73 |
19% |
2011-2016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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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교구예치 이자 |
70,000.00 |
10% |
1980-2016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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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행사수익금 |
50,000.00 |
7% |
2011-201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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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732,079.73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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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금 모금이 들불처럼 타오를 때 사연이 참 많았습니다. 노후 자금으로 영감님께서 유산으로 남긴 3만 불 가까운 주식을 들고 온 수산나 자매님, 갈리히 골목에서 구멍가게를 꾸리며 보증을 섰다 대신 진 빚을 갚느라 수년간 애를 쓴 끝에 드디어 다 갚았다며 감사 헌금으로 결코 적지 않은 현금을 손수건에 싸서 달려온 노부부 요한 형제님과 마리아 자매님, 다운 타운에서 먼지 나는 헌 옷가지며 물품들을 받아 판 돈을 마치 할부금 납부일 지키듯 분기별로 가지고 오셨던 선교 소공동체 자매님들, 사제관 마당에 깡통과 병들을 산처럼 쌓아놔 냄새와 파리가 들끓어 음식 봉사하는 자매들로부터 빈축을 사며 리사이클로 모은 돈을 들고 오셨던 요셉회 유스티노 회장님, 바자회 마지막 날 늦은 밤까지 물품들을 정리하다 지쳐 운동화를 벗고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시던 스텔라 자매님…
그런저런 사연으로 정성이 모여서 2017. 9. 10 현재 732,079.73불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금이 지난 8월 25일 공지에 따르면 2020. 1. 30 현재 630,232.24불이라고 합니다. 86,000불을 2019년 마노아에서 이쪽으로 이전 시 썼다고 하는데 은행에 있던 15,000여 불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요. 물론 본당을 위해 사용되었을 겁니다. 다르게 의심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것 말고도 기금 훼손 스토리를 알고 있습니다. 2006년 말 최효인 신부님 때 경상비 구멍이 나자, 2만 불을 빼 썼습니다. 2015년 김영근 신부님 때 사제관 하나를 교육관으로 개수한다고 26,000불을 또 썼습니다. 드디어 이제는 어차피 우리 성전 건립은 안 되니 현재 임대 성전 건물의 개보수 비용으로 이 기금을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예산이 얼마인지 확정되지도 않았습니다. 얼마나 들지 모릅니다.
본당발전기금은 어떤 용도이든 본당 발전에 써지기만 하면 되는 돈이 아닙니다. 본당발전기금은 호놀룰루 교구 소속으로 우리 성전을 가질 수 없는 하와이 한인 공동체의 회관건립을 위한 기금입니다.
40여 년 전 그때 선배 교우들도 기금 모금을 시작하면서 당장 성전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작하면 언젠가 40년, 아니 50년 뒤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하는 희망으로 시작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당장 회관 신축을, 매입을 못하더라도 이 기금을 지키고 모아 놓으면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아니 100년 뒤 언젠가 우리 후배 교우들이 실현하지 않겠습니까?
맹목적으로 본당발전기금이라는 돈을 지키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그런 정신, 우리 공동체의 사명을 실천하고 발전시키자는 것입니다. 우리 사명은 무엇일까요, 영어가 안되니 한국어 미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일까요?
저는 한인 공동체의 사명을 사도행전 2장 1절~11절에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하느님의 위업을 우리 자신의 언어(사도 2, 11 참조), 한국어로 찬미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선교사의 파견 없이 자체적으로 시작한 한국 교회의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와 1만 명 무명 순교자의 모범을 하와이 땅에서 실천하라는 하느님의 사명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본당발전기금이 훼손되고 소멸한다면 우리의 꿈이 우리의 사명이 사그라지는 것 같아 도무지 견딜 수 없습니다.
형제님, 산티아고의 여정을 시작한 지도 벌써 20여 일은 되셨지요? 그곳 날씨 소식을 보니 일교차가 크며 비가 잦고 길다고 하던데 건강 유의하시고 안전 여행하시기를, 두 분 내외의 발걸음마다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도 중에 늘 기억하겠습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종착지에 도착하시거든 기별 한번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4. 9. 23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신부님 축일에
최종금 이냐시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