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 누구나 자신을 이완용에 빗대면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민족을 배반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배신’과
‘매국’의 아이콘이 곧 이완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학자 김윤희의 ‘이완용 평전’은
발칙한 일탈이라며 그를 ‘합리적 인간’이란
명칭을 수여해 한때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김윤희는 그 저서에서 차별, 불평등, 억압에
분노하기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실리를
추구했던 이완용의 처신를 비교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것이 곧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믿는 현대인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함이란 변명을 미리 써 놓았다.
그렇더라도 이완용을 옹호하고 매국 행위의
변론서라는 비판은 지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오늘 예수님의 이 말씀은 유다 이스카리옷의
앞날 뿐만 아니라 자기 합리화로 자주 배신을
하고도 모르는 내 모습을 지적하신 게 아닐까?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마태 2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