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바로 그날, 20년 전
이민지 괌에서 만난 레오가
점심이 공짜라며 나를 여기
천주교로 이끌었던 날이다.
그때 식구들 보다 미리 들어온
나는 여호수아의 정탐꾼처럼
이곳저곳 홀로 염탐 중이었다.
난생 처음 참례한 미사시간,
일어섰다 앉았다를 얼마나
반복하던지 드디어 점심시간,
뷔페식 음식차림에 바베큐,
와 세상에 맥주를 내놓다니,
완전 감동의 도가니에 풍덩.
천주교 개신교를 딱히 구분치
못하던 때라 예수교는 무조건
술 담배가 금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열린 예수교가
있다니, 데레사에게 선언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천주교다.”
그날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 괌 본당의 날이었다.
입교의 동기가 어떤 이는 참
비장했더만 나는 공짜 점심이라
많이 민망하긴 해도 이 또한
우리 피의 순교자 은덕임을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을까.
“하느님의 사랑이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