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은 소설 ‘운현궁의 봄’에서 야인시절
흥선군 이하응을 ‘상갓집 개’로 묘사하였다.
이 작품에서 상갓집 개가 17회, 동일한 뜻인
한자어 상가구(喪家拘)까지 합하면 18회나
반복함으로써 이하응을 주인 잃고 천대받는
개의 이미지를 덧씌워 독자들에게 완벽하게
염치없는 천덕꾸러기로 각인시켰던 것이다.
이후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흥선군은 세도가
안동 김씨 가문의 잔치에 가서 그들의 다리
밑을 개처럼 기어 나온다든가 심지어 기생
치마 밑을 기어들어 가는 장면도 등장한다.
김동인은 절치부심하는 전형적인 영웅담의
스토리 기법을 차용했을 뿐, 실제 이하응은
그 당시의 권문세족들이나 왕족들에게 결코
무시당하지 않는 처세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건 옳지 않다.”
오늘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 청하는
부인이 예수님의 모욕적 말씀에 강아지들도
부스러기는 먹는다며 굴욕을 견뎌내고 있다.
결국 부인은 주님의 허락을 이끌어내지 않나.
모욕과 굴욕, 영웅들에겐 설욕의 힘이었지만
믿는 이들에겐 겸손의 에너지여야 하는 것을.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마르 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