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과 용기

사랑의길 on 02/01/2020 11:28 AM

 

“고기 보다 더 맛있제.”

겨울철 콩가루에 버무린 시래깃국을 드시며 아버지는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

몇 십년이 지난 지금은 혹 모르지만 그때 예닐곱,

소여물을 씹는 듯한 거친 식감에 질린 나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는 분명 거짓말쟁이라 생각했다.

경상도 깡촌의 겨울 밥상머리 저녁마다 벌어졌던 장면,

거짓말을 참지 못한 어린이는 그예 도발하고 말았다.

“아부지요, 우예 이게 고기보다 맛있니껴?” 

장남이라 겸상을 허락했던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셨을까?

아버지는 반농반상(半農半商),

농사는 땅이 없으니 소작이요, 장사는 장변(場邊)을 내셨다.

아버지는 장날마다 만취, 늦은 귀갓길, 그리고 밤새 토하셨다.

이 또한 경상도 깡촌에서 벌어졌던 5일 주기의 장면,

다음날 아침 아버지가 기침하시자 그 어린이는 또 도발을 감행했다.

“아부지요, 이제 고마 술 드시소!”

가장의 사정은 커녕 세상물정을 알길 없는 아들녀석을

퀭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오야’ 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지 않으셨던가. 

 

오늘 나탄이 우리야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취한 다윗을 직격했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사무엘하 12, 7)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사무엘하 12, 13)

나탄의 직언도 귀감이지만

바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는 다윗의 용기가 더욱 놀랍다.


“주님께 나아가면 빛을 받으리라.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 34(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