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즉 선천적, 가족력이란 뜻이다.
24시간 혈압체크를 그것도
두 번이나 실시한 끝에
의사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고
나는 투약을 시작했다.
“도통 떨어질 기미가 없으니.”
검진할 때마다 의사는 혀를 차며
투약의 강도를 높여 갔다.
더 올릴 수 없을 정도의 최고치를
복용한지 2, 3년이 지났을까,
기운이 없어 가라앉을 지경에 이르렀다.
약이 쎈 탓이었다.
이번엔 강도 낮추기를 몇 차례,
드디어 혈압이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나의 혈압은 널뛰기,
짜증이 잦으며 사람이 싫어지면
그게 정상치를 벗어났다는 신호였다.
가만 되짚어보니 그때마다 나는
능력 이상의 무엇을 탐해
조급히 서두르고 있지 않던가.
문득 깨달았다.
그 신호는 바로 아서라 얘야,
예수님 사랑의 고삐였음을.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사도 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