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사랑의길 on 05/01/2020 09:04 PM

 

나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즉 선천적, 가족력이란 뜻이다.

24시간 혈압체크를 그것도

두 번이나 실시한 끝에

의사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고

나는 투약을 시작했다.

“도통 떨어질 기미가 없으니.”

검진할 때마다 의사는 혀를 차며

투약의 강도를 높여 갔다.

더 올릴 수 없을 정도의 최고치를

복용한지 2, 3년이 지났을까,

기운이 없어 가라앉을 지경에 이르렀다.

약이 쎈 탓이었다.

이번엔 강도 낮추기를 몇 차례,

드디어 혈압이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나의 혈압은 널뛰기,

짜증이 잦으며 사람이 싫어지면

그게 정상치를 벗어났다는 신호였다.

가만 되짚어보니 그때마다 나는

능력 이상의 무엇을 탐해

조급히 서두르고 있지 않던가.

문득 깨달았다.

그 신호는 바로 아서라 얘야,

예수님 사랑의 고삐였음을.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사도 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