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

사랑의길 on 06/13/2020 07:35 AM

 

시민권 선서를 하는 전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선서의 첫 마디 때문이었다.

“타국의 통치자와 국가 등에

절대적이며 전적인 충성과

신의를 거부하고 포기한다.”

대놓고 모국을 배반하라는

강박 앞에 태어나고 자랐던,

여전히 부모형제 혈육이 사는

그 나라를 그리며 한국인의

정체성으로 살 것이 뻔한데

거짓 맹세를 하자니 어떻게

찔리지 않고 배겼겠는가.

“너희는 ‘아니오.’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양심의 끝이 아리다.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