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선서를 하는 전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선서의 첫 마디 때문이었다.
“타국의 통치자와 국가 등에
절대적이며 전적인 충성과
신의를 거부하고 포기한다.”
대놓고 모국을 배반하라는
강박 앞에 태어나고 자랐던,
여전히 부모형제 혈육이 사는
그 나라를 그리며 한국인의
정체성으로 살 것이 뻔한데
거짓 맹세를 하자니 어떻게
찔리지 않고 배겼겠는가.
“너희는 ‘아니오.’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양심의 끝이 아리다.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