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음악이 깔리는
스파이 영화의 한 장면,
컴컴한 창고 한가운데
두 사내가 007가방을
주고 받은 뒤 카메라가
벽 한구석에 달려 있는
해골을 클로즈업 한다.
급박하게 음악과 화면이
바뀌고 가방을 쥔 사내가
이번엔 복잡한 시내의
카페에서 낯선 여자와
마주 앉는데 이번에도
카메라가 벽면 해골을
크게 잡아당겨 관객의
주의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가방의 행방을 쫓아
스토리에 빠진 관객은
어느새 해골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이렇게 별것도 아닌걸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하는 기법을 맥거핀
(MacGuffin)이라고 한다.
지나고 보니 성욕도
맥거핀 같은 것,
진작 육적 에너지를
더 영적으로 돌릴 걸.
“내 몸을 단련하여
복종시킵니다.”(1코린 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