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량

사랑의길 on 01/19/2021 08:32 PM

 

한국 1천 원권 지폐의 모델 퇴계 이황과

야사가 전하는 칠뜨기 부인의 이야기는

혼인 7년 만에 사별한 첫 부인인 허씨가

아니라 3년 뒤에 재혼한 두 번째 권씨다.

그녀는 사화로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한 

충격으로 인해 정신적인 장애가 있었다.

아이들을 따라 지게 작대기를 사타구니

사이에 끼우고 놀다 달거리 피를 묻히고

말질 않나, 흰 겉옷에 붉은 천을 덧대어

기우질 않나, 부부만의 내밀했던 사정을

속없이 내뱉는 등의 수많은 에피소드가

드러내는 건 부인의 허물이 아닌 오히려

퇴계 선생의 넉넉한 인품과 덕망이었다.

그중 압권은 조상님 제사를 모실 때였다.

제관들이 한창 머리를 숙여 엎드렸는데

제사상 생밤을 내놓으라며 부인 권씨가

남편에게 생떼를 쓰자 참다 못한 시동생,

“형수님, 그렇게 천지분간이 안됩니까?”

“아우님, 무얼 그리 야박하시나. 어차피

먹는 건 귀신이 아니라 산 사람 아닌가.”

퇴계는 한 웅쿰 밤을 부인에게 쥐여줬다.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마르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