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의 시 ‘낙화’이다.
무성한 녹음의 계절을 거쳐
가을의 열매를 위해
한철 봄꽃은 그렇게 져야 했다.
낙화(落花)는 끝이 아니라
결실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집착으로 머문 자들의 결말을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오늘 에페소를 떠나는
바오로의 뒷모습이
얼마나 당당한가(사도 20,17-27).
붙잡아도 뿌리치고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맞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요한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