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사랑의길 on 05/27/2020 07:11 AM

[Photo by 김용태 요셉]

 

10년 전 1월 어느 새벽,

본당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원로 신부님이 야반도주(?)를

기획 실행하셨기 때문이다.

그날은 몇몇 교우들과 카할라의

일출을 보기로 약속한 날이자

사제수품 40주년 기념 겸

송별미사 바로 전날이었다.

동트기 전 아직 어둠 속에

신부님을 모시러 갔던 사람이

푸대자루 같은 배낭을 메고

장바구니만한 손캐리어 하나인

영감님을 목격하고 아연실색,

긴급 타전을 날렸다.

“비상, 실제 상황입니다!”

잠옷 바람의 주임 신부님이,

해돋이 때 뵙기로 한 신자들이

모두 한달음에 집결했다.

우리는 공항 안에서 동녘보다

더 붉게 눈시울을 적시며

신부님을 고이 놓쳐 드렸다.

“내가 밤낮 쉬지않고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십시오.”(사도 20,31)

오늘 에페소 교회 원로들이

흐느껴 울면서 바오로를

배 안까지 배웅하고 있다.

이제 원로 사목자이신

김영교 베드로 신부님,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려

이임하는 본당마다

그런 전설을 남기셨다면서요?

 

“모든 면에서 본을 보였습니다.”(사도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