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한산 비봉에 올랐을 때
맨 몸으로 올랐어도 힘든터라
신라 진흥왕 순수비를 만지며
동행 선배에게 한마디 던졌다.
“이 비석을 누가 옮겼을까요?”
“그야 일당쟁이들이 옮겼겠지.”
선배의 말에 그만 빵터졌었다.
알고보니 1972년 원본 비석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했고
그 순수비는 레플리카(모조품)
인데 이전설치를 당시에 국영
기업인 ‘대한통운’이 맡았었다.
신라시대나 1970년대 그때나
큰돌 운반이 일당받는 이들의
노역으로 이루어졌을 터인데
오늘 복음 맨 나중에 온 포도밭
일꾼처럼 선한 감독을 만나서
후하게 셈한 일당을 받았을까,
가면 갈수록 인간 노동가치가
절하되는 요즘 괜한 걱정이다.
“후하다고 시기하는 것이오?”(마태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