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이태 만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늘 뒷걸음질 치다 딸아이 성화에
코뚜레 잡힌 송아지마냥 끌려서.
검진 전날 마치 경찰 출석을 앞둔
사람처럼 괜히 심란하더니 왠걸
검사를 마치고 나오니 정말이지
선고를 앞둔 피의자꼴이 아닌가.
왜냐면 피검사 결과 때문이었다.
만약 닥터가 정밀 검사를 하자면,
아니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했냐면
어떡하지? 벼라별 상상을 하면서
침대에 철퍼덕 누워 그동안 나의
식습관과 운동부족을 가슴 쳤다.
아아 어쩌랴, 모든 때를 놓쳤으니.
늦은 저녁 닥터의 이메일이 왔다.
휴~ 콜레스테롤만이 스탠다드를
살짝 빗겨났을 뿐 이상이 없다네.
혐의(?)를 벗자마자 언제 그랬어?
나 역시 오늘 나병을 치유받고도
감사를 모르는 아홉 중 하나인걸.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루카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