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는 이렇게 입고 오라는 복장 지침은 없어도, 이렇게 입고 입장은 안 된다는 지침은 있습니다. 교회법에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풍속상으로 허용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되면 적잖은 성당 입구나 주보에 미사참례 복장에 관한 지침이 공지됩니다. 우리 교회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미사 참례 때만이 아니라 성당에 출입하는 복장에 관한 간단한 가이드라인은 성지순례 여정에 있는 유명한 성당이나 수도원 입구에는 대부분 붙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곳에는 입구에 아예 관리인이 서서, 반바지를 입었거나 노출이 심한 상의 착용자를 걸러내기도 합니다. 어느 곳은 자비롭게도 몸에 두르는 천을 빌려 주고는 노출된 부분을 좀 가리고 입장하라고 하기도 하지만, 야속하게도 입장불허 방침을 고수하는 곳도 있습니다.
민소매, 슬리퍼, 짧은 바지 등의 항목들이 단골 타깃입니다. 이걸 입고 성당에 들어올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봉사활동 갔던 필리핀 어떤 섬마을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할 때 그 성당 안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고, 심지어는 동네 강아지들도 들락거렸습니다. 창이 뚫려 있어 새들도 날아다녔습니다. 신자들은 나름대로 정성껏 옷을 차려입고 나왔습니다만, 슬리퍼와 반바지를 입고 미사에 나온 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맨발로 나온 아이들도 있었고요. 그러니 특정 복장에 대한 금지가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것은 아닙니다만, 문화적으로 그런 복장이 거슬리는 곳에서는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민소매, 슬리퍼, 짧은 바지 등이 성당 입장불허의 단골 타깃입니다.
복장은 내적 상태를 보여 주는 지표가 분명하며, 가난하다는 이유가 아니라면, 혹은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표현이 아니라면 성당으로 향하는 나의 내적 외적 태도에 대해 질문해 볼 필요는 있다고 할 것입니다.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마태 22,12) 그러니 미사 참례를 위해 움직일 때, 한 번만이라도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 마음에 겸손과 기쁨이 있는지를 말입니다.
이렇듯 그리스도와 일치를 경험하게 되는 성체성사를 위해 나 자신을 잘 준비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예수님을 향한 존경과 정중함과 기쁨이 드러나도록 신경을 써 보는 겁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87항 참조).
박종인 신부(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