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히 박힌 대못이라도 뽑아올리나,
미사 내내 닭울음 소리가 성가셨다.
날은 흐려도 여명은 완연히 사라졌지만
녀석들의 목청은 동튼지 몰랐다.
이상기온처럼 닭들마저 이제
홰치는 시간을 분간하지 못하는구나,
그렇게 시달리다 미사를 마치고 보니
한 녀석이 초주검 상태다.
사투를 벌였나, 얼마나 쪼였는지 민대머리,
볏은 온데간데 없고 생피가 짧은 목털을 거쳐
하체의 긴 검은 깃털까지 흐느러져 있었다.
처참하다는 표현은 바로 이때 쓰는 건가,
미간을 찌푸릴 틈도 없이, 상대 녀석이 또
하늘이라도 찌를 듯 털을 몰아세우고 달려들었다.
“이놈, 이놈이!”
약자보호는 인지상정, 신자 한 분이
땅바닥을 발로차며 경고 위협을 하는 데도
놈은 제자리에서 몇 번이고 치솟으며
무차별 돌격상태를 멈추지 않았다.
피투성이 녀석에게 한 없는 동정을 보내며
‘어쩌면 내 모습이다’ 자기연민을 느끼려다
‘아니다’ 나는 바로 부정했다.
내가 언제 저렇게 치열했던가,
혹 그런 척은 했었는지 모르지만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나자신이 세운 기준마저 맹렬하게 달려드는 유혹 앞에
번번이 타협하거나 무너지지 않았던가.
오늘 아침 투계(鬪鷄)를 보면서
닳아 버린 신앙의 무딘 촉을 각성한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1베드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