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형제님,마음이 많이 상하셨지요?
“하느님께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으실 겁니다!”
이 말, 무조건 사과말씀 드립니다.
총무이신 P형제님과 통화 후 곧 바로 전화를 두 번 드렸으나 받지 않으시더군요.
제 주제에 뭐라고 구약의 선지자인 양 그렇게 퍼부었단 말입니까?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매주 한 번 레지오 주회에서 뵙지만 오늘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었지요.
“비즈니스 분과가 생겼다면서요?”
“예? 처음 듣는 소린데요.”
“복수의 신자로부터 분명히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런 거 없습니다.”
“책임자가 K형제님이라는데요?”
“그건 다른 거에요, 아니에요!”
저는 오늘 아침미사 때 신부님의 구두 공지말씀을 무슨 결정적 증거라도 되듯 들이밀었지요.
“그럼 제가 직접 들은 얘기 하죠. 신부님은‘아나바다’해봐도 그렇고 해서 유용한물건을 구입해 팔 거라고 합디다. 아니 성당이 장텁니까, 쇼핑센텁니까? 홀셀러(wholesaler)든 리테일러(retailer)든 거래마다 GE Tax를 내야지 않습니까. 우리가 비즈니스 라이선스 있어요, Tax신고 안하잖아요. 그러면 탈세하겠다는 겁니까? 더구나 바깥에서 세금 내며 같은 물건들을 취급하는 분들이 있을 텐데 성당이 왜 그런 선의의 피해를 줍니까?”
“아니 그건 본당의 날 행사 기금마련 때문에…”
“본당의 날 기금? 사순 첫 주일부터 여태 88마켓 상품권 팔고 반찬팔고 했지 않습니까? 신자들에게 자선이나 선교, 건축 기금을 마련을 위해 한다면 모를까, 행사비, 운영비 마련을 위해 물건 팔기를 상설화 하다니요. 이젠 아예 진짜 상품을 취급 한다니…”
“… …”
“그 일을 비즈니스 분과가 한다는 거고 책임자가 K형제님이랍니다.”
“금시초문입니다. 절대 아닙니다.”
“더구나 사목회장님이 독려하는 것도 아니고 본당 주임신부님이 제대에서 직접 공지하고 나서시는데 일반신자는 심한 압박감을 느낍니다.”
“정말이요? 그럴리 없을텐데요.”
“성당에 돈이 없으면 신부님께서 직접 헌금을 독려하고 신자들 개별 면담을 통해 교무금을 올리라고 하십시오. 이게 차라리 교회 정신에 맞습니다.”
그렇게만 해도 됐을 일을… 그만, 제 실수는 그때 터졌습니다.
“사목위원들, 신부님 잘 보좌하라고 하세요. 잘 모시란 말입니다. 잘못되면 나중에 하느님께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으실 겁니다.”
“예, 자알 모시고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볼멘소리의 형제님 대답을 마지막으로 격론은 마쳤지요. 그리고 P형제님의 전화 회신이왔습니다.
“아, 그거요. 이번에 교구에서 지침이 내려와서 K형제님은 비즈니스 메니져, S형제님은 오피스 메니져로 분리를 했습니다.”
아하, 비즈니스 메니져(Business Manager)! 호놀룰루 교구에선 ‘사무장’을 영어로 그렇게 부르지, 전임 사무장인 저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비이락, 지난 주일 사목위원 구성 발표를 하면서 생소한 ‘비즈니스 메니져’라는 말이 회자 되고 오늘 주일 미사 공지에서 상품 판매가 공지 되니 ‘복수의 신자’들과 저는 그렇게 연결했던 것입니다.
R형제님,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립니다.
제가 성당 비즈니스 메니져, 사무장을 할 때 연장이나 도구 쓸 일이 있으면 형제님은 언제나 자기 일처럼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 주셨지요. 더구나 제 개인 비즈니스도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도 주님 품에서 평안한 밤 되소서!
최종금 이냐시오 드림